이순신기념관

 

설계연도: 2007년
대지위치: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298-1(사) 현충사 준경내
건축규모: 지하1층 / 지상1층
연면적: 3,104.33 M²

About This Project

 

서,
“이 글에서의 ‘기념행위’는 기념을 둘러싼 모두에게서 일어나는 일종의 제의-ritual로 간주한다.”
‘기념행위’의 현실
‘의미있는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기념시설’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대부분 그 역사를 체험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 역시 그 역사의 심층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역사적 상상력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좁기만 하다.

망월동에 가면 너무나 대조적인 두 개의 묘역이 있다. 둘 사이에 놓인 관계항이 흥미롭고 또 처연하다. 한 사회가 무엇인가를 기념하는 일을 두고 드러낸 온갖 의식과 무의식, 내재되고 의화된 욕망들을 기념하는 또 다른 새로운 ‘기념관’을 세워도 좋을 정도다.

그 뿐이겠는가. 시인의 소박한 시비에서조차 그러하다. 결국 핵심은 무엇을 기념할 것이며,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라는 ‘기념행위’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상상력을 이끌어 내려는 계획의지 자체가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기념의 대상
<이충무공 전서>를 편찬한 정조, 근세의 최남선과 이은상 그리고 현충사를 재정비한 박정희 모두 당대의 필요에 의해 반복적으로 이순신을 불러내었다. 대개 소환의 초점은 통일했다. 우국충정의 위대한 인간형, 보편적 효와 사랑의 인간형, 표면적인 인식이다. 난중일기는 짧은 문체로 글자 그대로 난중에 벌어진 사실들을 기록하고 있다. 전투도 마치 일상의 서술처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단 한 번의 오류도 허락할 수 없었던 무오류의 인간형이 보이는 철저함이다.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인식이다. 미움과 모략을 비롯한 온갖 인간사의 국면들, 역사의 역동적인 갈등들을 대면하며 그 모든 상황에 맞서 싸우는 절대 고독의 인간형, 인간의 진정성을 드러내며 관람자와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울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층위의 인식이다.

 

기념의 방법
기념관에 나열된 자료는 과거의 기억이며 역사적 체험을 불러오기 어렵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각종의 재현은 때로 허황되고 대상을 그저 볼거리로 퇴행시킨다. 상상력의 충동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보는 것을 넘어 앎으로의 진화는 불가능하다. 건축 그 자체가 힘을 갖게 되는 것이 기대이지만 건축의 추상은 서사-내러티브를 과장하거나 긴 시간 속에서 의미를 상실한다. 이를테면 그 내러티브의 구조가 예의 예측된 서사의 구조와 너무 닮아있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지 않는다. 의미의 지속적 생성을 위해 익숙한 것들의 다른 배열과 예기치 않은 것들의 배치가 더 유효할 수 있다. 그럼으로 낯설음과 거리감이 발생되고 그 속에 익숙함에 대한 틈새가 만들어진다. 틈새는 관람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고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 낸다.

 

이순신에게 다가서기 위한 세 개의 켜(표층, 중층, 심층)와 소외 효과

표층의 켜-나라와 대면하는, 전투에서 전투로 이어지는 표층
익숙한 서사의 재배열, 예측된 내용의 스케일 변화 등을 통해 통속의 지루함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의 과정’이 마련되어야 하는 켜.

중층의 켜-백성과 대면하는, 전투와 전투 사이의 일상의 층
새삼 강조되어야 할 켜, 전쟁 사이의 지루한 일상, 무오류를 위한 지독한 철저함들이 작은 스케일로 무수히 깔리는 켜.

심층의 켜-자신과 대면하는, 갑옷을 벗어 개어 놓은 심층
이순신의 내면과 관람자 사이에 울림이 만들어져야 하는 켜, 그러나 그것을 위해 낯설음, 거리두기 즉 소외효과를 필요로 하는 켜

 

‘다중적 의미의 열린 시설’이 되기 위한 방법들

추상적 다중성-형태로 상징하지 않는다.
공간적 다중성-과정은 있으나 강제되는 않는다.
시간적 다중성-기념관 내부 곳곳에 현대의 조형물이 놓여 과거와 현재 사이에 시간을 중첩시킨다.

현충사 참배경로와 이순신 기념관에 대한 전제
현충사 관람 경로 상에 이순신 기념관은 다음 세 가지의 역할 모두를 담당하도록 한다.
-경내 영역을 참배한 후 만나는 기념관으로서의 역할
-경내 영역 진입 전, 방문객 안내 시설의 역할
-경내 영역에 진입하지 않을 수도 있는 빈번한 방문객을 위한 시설의 역할

 

기념관의 배치
기념관의 배치는 주 진입로의 재조정에 기여하는 동시에 봉화산을 좌우로 흘러내리는 현충사 지세의 서편(우백호) 끝에서 고려되어야 할 지형적 역할이 있다. 또한 방문객 센터의 역할과 경내영역 경험 이후에 이어지는 기념관의 역할, 관리중심의 역할이 있다. 마지막으로 준경내 영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의 행사를 위한 장소의 역할 등이 배치의 원칙이 된다.

-산정문에서 충무문에 이르는 주 진입로를 재구성하는데(특히 폭에 관해) 역할을 하되 주 진입로 상에서는 기념관이 독자적인 ‘건축’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그 두 가지 역할을 위해 ‘새로운 언덕’을 구상한다.
-‘새로운 언덕’과 주 진입로 사이에는 충무문 내부의 연못에서 시작되어 주 진입로의 역 방향으로 진행되는, 고이고 흐르는 물이 있어 경계의 의미와 함께 영역 내에 경관을 더한다.
-‘새로운 언덕’의 안쪽 기존 구릉과의 사이에 기념관의 주요시설을 배치하여 주 진입로와 서로 간섭하지 않을 수 있는 외부공간을 만든다.
-기념관으로의 진출입은 관람경로의 다양한 경우의 수에 모두 반응할 수 있는 다중성을 가진다.

 

주 전시공간의 격리와 정위
-주 전시공간을 홍보, 휴게, 판매, 관리 등의 일상적인 영역으로부터 격리해 내어 체험의 차이를 만드는 동시에 그 일상공간들이 방문객 센터의 기능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한다.
-주 전시공간을 이루는 네 개의 육면체가 자오선을 따라 정확히 배열된다.
-육면체의 높이(8m)는 인공구릉 위 나무의 높이(14-20)아래다. 진입로에서는 거리에 의해 쉽게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주 진입로(신정문에서 충무문 사이의 영역)
길이 250m, 넓은 폭 150m의 과도하게 열린 영역을 충무문의 스케일을 고려하는 동시에 진입의 체험이 보다 산책적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구성을 한다. 동시에 이 진입로와 기념관의 상관성을 고려한다.

첫째 단계, 신정문을 들어서면 주 진입로와 충무문의 전경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좀 더 제어된 폭을 만든다.

둘째 단계, 곧게 솟은 침엽수의 숲을 만들어 모호한 축선의 변화를 조절하고 그 숲 사이를 통해 충무문이 점차 드러나는 동시에 이 숲으로부터 기념관으로의 접근도 선택(관람경로의 전제 참조) 될 수 있도록 한다.

섯째 단계, 숲을 통과한 경로의 끝에서 충무문을 중심으로 활엽수의 열식과 연속된 낮은 단들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마지막 영역을 만든다.